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2020. 8. 30. 22:47카테고리 없음

로뮤토피아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인간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어떤 종류의 사람과 관계를 형성해야만 할 때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싫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다. 나를 포함한 인간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비두 야마구치(원작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

 

 

성격(personality)은 '꿰뚫어 말함'을 의미하는 라틴어 '페르조나(persona)'에서 유래되었다. 우리에게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페르조나'로 더 잘 알려져있다. 방탄소년단은 심리학자 융의 제안을 가사에 녹여내었다. 그러니 페로조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탄소년단의 '페르조나'를 듣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고대 로마의 배우들은 극중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가면을 사용하였는데, 페르조나는 '가면'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대에는 현대처럼 배우들이 역할에 맞춰 다양한 의상과 분장을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면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러므로 페르조나는 인간의 가장 표면에 존재하고 있는 외부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페르조나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모습을 감출 수도 있다.

 

 

 

<헨리 로버트 몰랜드, 가면을 벗은 수녀, 1769>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사람의 성격은 어떻다'라고 말하면서 특정한 사람의 성격을 지칭한다. 성격은 한 사람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는 구분되게 하는 안정적이고 내적인 요인이다. 즉 성격이란 되풀이되는 어떤 일관성이다.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은 정교한 프랙털 문양과 같다. 프랙털 문양은 반복적인 패턴으로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있는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프랙털 개념은 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프랙털 문양>
<프랙털 문양>

 

 

인간의 성격은 프랙털과 비슷하다. 우리가 삶에서 행하는 사랑, 우정, 일 등에서 나타나는 패턴은 일관되고 지속적이다. 우리의 성격은 반복적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성격의 반복적 특성을 통해 친구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빅 파이브'라고 불리는 '5대 성격특성'은 성격에 관한 이론 중 가장 포괄적이고 유용하다. 모든 사람은 다섯 가지의 요인을 통해 성격을 진단할 수 있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 예측할 수 있다. 성격의 구조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며 성격특성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키와 몸무게를 재는 것처럼 성격의 수치를 통해 나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다.

 

 

 

<윈슬로 호머, 스냅 더 휫, 1872>

 

 

빅 파이브 이전에 이와 비슷한 주목할만한 연구가 있었다. 1921년에 시작된 루이스 터먼의 연구다. 터먼은 지능과 지능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했다. 터먼의 연구는 빅 파이브에서 제시하는 성격특성과 비슷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 1,500명의 연구대상자들은 '터먼의 아이들'이라고 불린다. 터먼의 아이들 중 성실성 수치가 낮은 사람은 특정시기의 사망비율이 30%나 높았다. 성실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술과 담배를 적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편적인 연구결과일 뿐이다. 심리학은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불완전하게나마 한 인간의 삶을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성격의 특성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달리, 기억 지속성의 붕괴, 1954>

 

 

우리는 매일매일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의 행동이 순간의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평균적인 행동으로 몇 주, 몇 달 후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사람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관성을 갖는다. 이러한 일관성은 동일한 상황에서 높게 나타난다.

 

빅 파이브는 성실성, 외향성, 신경성, 개방성, 친화성이라는 5대 성격특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5가지 요인은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공통적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헤밍웨이

 

 

 

<밀레, 감자 심는 사람들, 1861>

 

 

성실성은 한 개인의 신뢰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성실성은 충동의 통제와 관련이 있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책임감이 강하고 신중하다. 이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일을 전개하고 열심히 일한다. 이러한 특성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할 수 있고, 일관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경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할 때는 성실성이 높은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그러나 예측이 불가능하고 가변적인 환경에서는 높은 성실성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두엽은 성실성을 통제하는데 사이코패스는 전두엽의 활성화 정도가 일반인과는 다르게 작용한다.

 

 

"모든 성격에는 비용과 혜택이 모두 있다."

대니얼 네틀

 

 

 

<윌리엄 로버츠, 재즈클럽, 1923>

 

 

외향성은 심리학자 융에 의해 최초로 사용되었다. 융은 인간에게는 극단적인 외향성과 내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세상에 대한 태도, 사람들과 교제하는 방법,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 등과 관련이 있다. 외향성은 관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평가하는 지표이다. 외향성 지수가 높은 사람은 만남을 즐거워한다. 그래서 더 빨리 친구를 사귄다. 그들은 활기차고 사교적이다. 그러나 외향성을 행복과 관련된 척도로 사용하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내향성이 높은 사람은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시, 철학, 예술에 능한 사람은 모두 멜랑콜리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에드워드 오쿤, 바이올린의 네 현, 1914>

 

 

신경성은 정서적 불안성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심리적 고통, 부적절한 충동, 부적응적인 반응 등을 평가한다. 즉 신경성은 부정적인 감정과 관련이 있는 척도이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걱정이 많고,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다. 때문에 보편적인 상황에서는 신경성이 높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 낸 설계도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준다. 높은 신경성은 민감도로 인해 예술적 성향을 잘 발휘하게 해준다. 그리고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객관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존감이 낮아서 늘 더 성실하게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탁월한 성과를 낸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은 우수하다. 신경성 수치와 우울증은 관련이 있지만 늘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코포 데 바르바리, 루카 파치올리의 초상, 1495>

 

 

개방성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열려있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대개의 경우에 높은 개방성은 호기심과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독창적이고 예술성이 뛰어나다. 또한 개방성은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능력과도 관련되는데 이를 통해 광범위한 연상이 가능하다. 이들은 사물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 융합과 통섭의 시대에 꼭 필요한 특성이다.

 

 

"우리는 사교적인 사람들에게 자연히 끌리기 마련이다. 폐쇄적인 성격이거나 낯을 가리는 사람들보다는 말을 붙이기가 쉽기 때문이다. 물론 탁월한 대화능력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준다고 해서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접성과 마찬가지고 붙임성은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할 잠재성에 불을 붙여준다."

칼린 플로라

 

 

 

<루이스 모라, 세비야 트리아나 가족파티, 1908>

 

 

친화성은 타인을 존중하는 성향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높은 친화성을 지닌 사람은 관대하고, 배려심이 많고, 이타적이고, 온화하다.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쪽으로 진화되어왔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을 신뢰하고 좋아한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사람을 잘 신뢰하고, 더 많이 돕고, 따뜻하고, 쉽게 용서한다. 반대로 친화성이 낮은 사람은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극단적으로 낮은 친화성을 보인다. 친화성, 성실성, 신경성이 모두 낮은 경우에만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이 표출된다.

 

 

 

<주세페 아르침볼도, 변덕스러운 초상, 16세기경>

 

 

빅 파이브 이론이 성격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사랑을 주고받기 위한 선행조건이다. 모든 것이 좋은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성격이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성격에는 혜택과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로뮤토피아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성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M9Uy0opVF3s

<방탄소년단, 페르소나>

 

 

 

<참고>

 

대니얼 네틀, 성격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