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8. 15:07ㆍ예술
로뮤토피아는 '여성의 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중세 시대부터 바로크 시대 사이는 여성의 추에 대한 주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의미하는 '추'의 개념은 여성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악함과 유혹의 해로움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와 관련된 독설을 '비투페라티오(vituperatio)'라 한다. 비투페라티오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포함한다.
그들은 왜 여성을 혐오했을까?
여성은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화장보다는 덕성에 의해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믿는 시대였다. 그들은 미의 유혹은 항상 육체와 관련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여성은 때때로, 자주 화장을 한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그러하다. 화장을 함으로써 자신의 장점을 도드라지게 하고, 화장은 개성을 반영한다. 그러나 반여성 전통의 시대에는 화장품이나 기타 인공적인 제품으로 신체적 약점을 감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여성들에게 헛된 환상을 가지게 한다고 믿었다. 이를 가리키는 '바니타스(vanitas)'는 허무와 허영을 뜻하는 라틴어이다.
"눈에 보이는 그것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얼굴을 씻는다면 그들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감각은 여자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프란시스코 고메스 데 케베도의 내면으로부터의 세계' 중에서
중세 시대에는 육체적 쇠락의 길에 접어든 노년의 여성에 대한 묘사가 많았다. 그에 비해 젊은 여성은 미와 순결의 상징이었다. 단테는 사이렌이 말을 더듬는 무시무시한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도 스타벅스의 로고가 사이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사이렌은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로 지나가는 뱃사공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존재이다. 스타벅스는 그만큼 스타벅스의 커피에 흠뿍 빠져보라는 의미에서 사이렌을 로고로 삼았다 한다.
"내 꿈에 어떤 여자가 나타났는데,
말더듬이에 사팔뜨기 눈, 뒤틀린 다리,
끊어진 두 손에 창백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노래했다.
'나는 달콤한 사이렌'"
단테의 '신곡' 중에서
여성에 대한 독설은 수많은 예술작품에 등장한다. 마그누스는 늙은 여성들이 한 번 바라보기만 해도 요람 속의 아이들이 독살된다고 믿고 있었고, 이 이야기를 작품에 등장시킨다. 우습고도 서러운 고정관념이다. 이 시대의 관념은 여성이란 불완전하고, 불쾌하고, 가증스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여성들을 피하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에 반대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오르텐시오 란도는 때로는 아름다운 것보다 못생긴 것이 낫다고 말하며, 그리스의 헬레네와 트로이아의 파리스가 아름답지 않고 못생겼더라면 그리스인들은 고난을 훨씬 덜 겪었을 것이고, 트로이아인들은 파멸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추에 대한 시각이 유쾌한 반어법이나 애정어린 것으로 변화한다. 늙어가는 모습이 저물어 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멜랑콜리가 된다. 이 시기에 매너리즘(마니에리스모)이 하나의 단계로 규정된다. 불안과 멜랑콜리가 예술로서 표현된다. 매너리즘은 비현실적으로 양식화된 불안한 얼굴들로 확인된다. 바로크 시대에는 예외적인 것, 경이로운 것에 대한 취향이 생겨났다.
매너리즘과 바로크는 기존의 미학이 금기시했던 요소들을 사용했고, 추한 여성이란 주제도 다른 관점으로 다루게 된다. 여성의 결점이 흥미로운 요소가 되거나 감각적인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몽테뉴는 절름발이 여인에게 바치는 찬사를 썼고, 말더듬이 여성, 난쟁이, 곱사등이, 사팔뜨기, 곰보 여성을 찬양하는 시들이 등장했다.
매너리즘 시기에는 노화에 대한 멜랑콜리한 작품들이 많이 탄생했다. 미켈란젤로의 시에는 늙어가는 자신의 추함에 대한 슬픈 연민이 뭍어나온다. 중세부터 시대적 관념이었던 추는 그 자체로 악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악의적인 시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의 위대한 예술,
나를 이토록 유명하게 만든 것이
결국에는 나를
남의 자비에 의지하는
한낱 가난한 노인네로 만들었구나,
그래서 만약 곧 죽지 않는다면
나는 산산조각이 나 버릴 것 같다."
미켈란젤로의 '시집' 중에서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움베르토 에코, 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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