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2021. 10. 28. 17:09심리

감정의 채널

 

어린 시절이 외로웠던 사람은 늘 쉽게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에 따라 내가 받는 상처의 강도는 세진다.

 

외로움의 실체

 

뼛속 깊이 각인된 외로움의 실체를 알게 된 후에는 나와 대화하면서 나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치유는 상처를 지워주는 것이 아니다. 지난날의 상처는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치유는 지난날의 상처로 현재의 감정을 다치게 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모네, 깨진 얼음, 1880

 

치유의 경험

 

우리는 힘들고 다칠 때 가장 가깝고 믿을만한 사람에게 의지한다. 아픔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힘들 때 누구에게도 갈 수 없었던 것은 한 번도 사람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은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독과 외로움만이 가슴 속에 자리잡게 된다.

 

사랑과 행복의 원천

 

가족과 형성하는 소속감은 사랑과 행복감의 원천이 된다. 혼자가 아니라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은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답을 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가족에게 소속되지 못하고 거부당한 경험을 반복한 사람은 정체성과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질적인 존재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사회 속에서 이질적이고 동화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된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가혹하게 비판적이고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

 

 

달을 응시하는 남자(원작 :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문제의 근원

 

소속감의 부재는 사랑과 인정에 대한 결핍을 낳고 이것은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된다. 그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무기력한 어린아이였지만 지금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성인이다. 현재의 모습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돌보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마음의 공간에서 서서히 빠져나와야 한다. 그것이 밝은 인생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몸에 남겨진 각인

 

트라우마의 기억은 우리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고 신경생물학에서 엔그램이라고 불리는 일정한 각인을 우리 몸에 남긴다. 트라우마를 겪은 엔그램은 아무 고통을 유발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겨울잠을 잔다.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 되면 트라우마의 기억은 깨어난다. 저장되었던 고통이 재발하는 것이다.

 

상처를 경험한 사람

 

심리학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미래의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심리생리학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경험이 뇌속의 생화학적 작용을 왜곡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라우마 경험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로 바꿔놓는다. 트라우마가 많은 사람은 상처에 단련되어서 상처를 더 잘 극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 더 아프다.

 

 

쿠르베, 상처입은 남자, 1844-1854

 

고통으로부터의 회피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많이 경험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 못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스트레스 대처 시스템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몸을 떠나는 방식을 종종 사용한다. 자기 몸을 떠나는 방식은 중독을 의미한다. 중독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만들어진 고정된 신체반응이다. 알콜, 흡연, 마약, 도박 등에 의존해서 평상시 자신의 몸상태에서 잠시 벗어남으로써 트라우마의 고통에서 잠시 빠져나오려는 것이다.

 

트라우마의 치유

 

트라우마는 평생 치유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처 난 부위를 찾아내어 그 위에 붕대를 감아야 한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장소를 우리 마음에서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트라우마를 혼자 극복하기 힘들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버림받은 경험

 

가족이 두 번 이상 바뀐 경험을 한 강아지는 더 이상 사랑스러운 반려견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버림받은 충격으로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강아지든 사람이든 버림받은 충격은 마음에 깊이 남는다.

 

 

리비에르, 신뢰, 1869

 

자기파괴적 행동

 

버림받음에 대한 불안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한 자기파괴적인 행동이다. 어린 시절에 상처를 받아서 마음이 아픈 경우에 관계 속에서 상처를 되돌려주려는 경향이 있다. 학대, 비난, 방치 등의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그런 환경에 처했을 때 익숙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익숙한 환경을 추구하는 본능은 어린 시절의 패턴을 반복하게 한다. 파괴적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만!

 

부정적인 패턴을 반복하는 강박을 끊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행동패턴을 발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불행을 반복하는 자신에게 말을 걸고 그 행동을 멈추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부정적인 과거의 패턴을 끊고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불행으로 인해 손상된 자아상을 회복하자.

 

ⓒ로뮤토피아 (romutopia@naver.com)

 

<참고>

최광현, 가족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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