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 16:42ㆍ심리
로뮤토피아는 병 권하는 사회 속에서 나를 사랑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언제까지 죽어있는 상태로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늘 뒤를 돌아다본다.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오늘이 있는데 자꾸만 뒤에서 발목을 잡는 것 같다. 뒤에 남겨두고 온 나는 죽어있는 나이다. 불행하고 의기소침했던 과거는 이미 죽었다. 죽어있는 나보다는 오늘을 살아가야 할 살아있는 나가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의 감정이 생각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감정은 나의 생각에서 시작하고 나는 나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감정은 생각에 대한 반응이다. 슬픔도, 죄책감도, 아픔도 내가 통제할 수 있다. 통제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은 안정감을 준다.
우리는 불행에 빠지면 그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그 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가 외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때문이다. 나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납득할만한 이유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지금 너무 괴롭기 때문에 나에게 왜 그러한 일이 생겼는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휘둘리지 말자.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 의해 검증될 수 없다. 내가 소중한 이유는 내가 그렇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의 가치를 구하려 든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가치가 될 뿐이다."
웨인 다이어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익숙해져 온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 설사 그것이 불안과 우울일지라도 말이다. 나와 함께 살았던 습관적인 생각들을 새로운 색깔로 칠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행복은 우리의 권리이다.
게보린 광고를 떠올려 보자.
위 그림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게보린 광고의 예전 버전이다. 게보린은 각종 통증에 효능이 있는 진통제로 알려져 있다. 저 사람은 왜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까. 그는 분명 두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약으로 진정시키고 사회가 요구하는 편안한 얼굴로 바꿀 수 있다고 세뇌하고 있다. 나 대신 나를 통제할 무언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의 통제권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다. 나를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생각의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 정신 및 행동장애의 유형 중에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라는 것이 있다. 불편한 생각이 육체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궤양, 고혈압, 여드름, 복통 등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나타난다. 신체화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호소한다. 신체화 장애 환자의 대다수가 발병 후 7~8년이 지나고 나서야 병의 원인을 진단받는다. 생각을 바꾸면 그 고통도 사라진다. 생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다.
인간의 뇌는 100억 개 가량의 뇌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10억 개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이는 매초마다 열 가지의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뇌의 신경망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서 매우 능숙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복적인 입력이 들어가면 숙련된 학습구조를 가지게 된다. 우리는 행복을 부를 수도 질병을 부를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열등감은 사회병이자 전염병이다. 예방주사도 없다. 유일한 치료방법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많이 접했지만 정작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고 배웠다. 우리의 문화에서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기주의와 동일한 의미로 생각되기도 한다.
어린 아이였던 시절을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행동한다. 평범한 대다수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그 사랑을 받으며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에 대한 사랑보다는 사회적 규율에 따르도록 강요받는다. 그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물론 이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 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되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옳기만 한 것일까.
“오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조원경
사랑이란 '좋아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위해 선택한 일이라면 무엇이나,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들건 안들건 허용할 줄 아는 능력과 의지'이다. 읽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조차도 이 정도의 경지에 이르기는 힘들다. 우리는 얼마만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랑은 자기사랑을 통해서 가능이다. 우리는 개별적으로 모두 소중한 존재이다. 내가 나를 소중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끼면 이 어려운 일이 가능해진다. 나는 나의 존재 그 자체로서 살아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면 나의 가치를 타인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어진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평가나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나는 개별적이고 독특한 존재이고 상대방 또한 그러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을 나에게 맞추면 그 사람을 사랑했던 이유, 그 사람의 독특한 색깔은 사라져 버린다. 그가 그가 아닌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나는 없고 남들에 관해 이야기를 주로 하는지, 원망과 투정을 주로 하는지, 칭찬과 감사의 말을 하는지, 과거 이야기만 하는지, 주로 하는 그 이야기가 내 인생이 된다.”
혜민 스님
나에 대한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없다. 그냥 나니까 사랑스럽다. 사랑받을만 하다. 다른 사람과 사랑을 주고받는 일은 사랑을 듬뿍받은 나와 함께 시작된다.
로뮤토피아의 병 권하는 사회 속에서 나를 사랑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웨인 다이어, 행복한 이기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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