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

2020. 8. 18. 15:40심리

로뮤토피아는 인간의 매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누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누구랑 더 친구하고 싶어요?"

"누가 더 착할 것 같아요?"

"누가 더 열심히 일할 것 같아요?"

 

 

<영화 '백설공주' 중에서>

 

위와 같은 질문에 대부분 예쁘고 잘생긴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러나 왜 그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답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서 잘생긴 사람이 성격도 좋고, 여러 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예쁘고, 잘 생긴 게 좋다라는 것은 사회화를 통해 학습된 것이다.

 

"거봐, 잘생긴 사람이 역시 친절하잖아."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봤는가? 우리는 많이 들어봤다. 그런데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잘생긴 사람은 여타의 것들도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친절하고 상냥하게 그들을 대한다. 우리의 행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친절과 상냥함이 되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면 일종의 신념이 된다.

 

예쁘고 잘생긴 외모가 매력을 결정짓는다면 절대적 미모를 가진 사람이 절대적 매력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장 레옹 제롬, 카이사르 앞의 클레오파트라, 1866>
<장 앙드레 릭상,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1874>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아름다운 여성 두 명은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이다. 외적인 외모로만 본다면 그들이 21세기에도 최고의 미녀라고 칭송받을 수 있을까?

 

고대문헌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의 외모는 절대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150cm의 키에 통통한 체격이고,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클레오파트라를 최고로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지구상의 모든 표면이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클레오파트라는 어떻게 로마 공화정 최고의 권력자였던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조국도 잊을만큼 그녀를 열렬하게 사랑하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 정말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이었을까?

 

 

<바토니,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8세기경>

 

고고학자인 수전 워커 박사는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히 아름다운 여성이 아니라 지혜로운 여성이라고 말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엄청난 규모의 이집트 왕실 도서관에서 책을 즐겨 읽었고, 학식이 뛰어난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풍부한 지식과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아랍어에 능통하여 화려한 언변으로 대화를 즐겨했다. 그녀를 사랑하던 남자들은 그녀의 외모가 아니라 그녀의 재능 때문에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동양의 클레오파트라는 양귀비이다. 그녀는 당나라 현종의 비였다. 현종은 양귀비에게 빠져들어 아들의 부인이었던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었다. 양귀비도 현대적 의미로서의 미인은 아니다. 그녀는 작은 눈에 통통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양귀비도 클레오파트라처럼 다른 면에 능통했다. 양귀비는 춤과 음악에 능하여 비파를 잘 다루었고, 무엇보다도 매우 총명한 여자였다.

 

 

<영화 '양귀비' 중에서>

 

영국 세인트앤드류 대학의 데이비드 페렛 교수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이성의 사진을 보여준 후 호감이 가는 사진을 선택하라고 했다. 사진 중에는 참가자들의 얼굴을 반대의 성으로 합성해서 만든 사진이 섞여 있었다. 참가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골랐다. 자신의 얼굴과 비슷한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 실험에서도 절대적 미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실험자의 얼굴로 합성한 남성의 얼굴 (자료 : EBS)>
<이상적인 남성과 여성의 합성얼굴 (자료 : EXPRESS, UK)>

 

독일 트리어 대학의 요한나 라스헤네만 교수는 색다른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을 조성했다. 한 그룹은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다른 그룹은 체온과 같은 온도의 물에 손을 담그게 했다. 얼음물에 손을 담근 그룹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했다. 이들에게 이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사진 속에는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그룹은 본인과 닮은 이성을 선호한 반면 스트레스를 받은 그룹은 자신과 비슷한 이성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신과 닮지 않은 이성에게 매력을 느꼈다. 이 실험 또한 절대적 미모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러므로 외적으로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외모는 존재하지 않으며 무의미한 것이다.

 

미에 대한 기준은 시대적, 문화적, 국가적으로 다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그러하다. 외적인 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이다. 그 내면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이 매력의 기준, 매력 DNA이다.

 

로뮤토피아의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니', 인간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SBS스페셜 제작팀, 매력DNA, 그들이 인기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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