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이유

2020. 9. 28. 17:151분책

로뮤토피아는 인간의 이기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이다.

 

 

 

<피에르 어거스트 코트, 봄날, 1873>

 

 

남성과 여성이 만나 사랑에 빠지면 물리적 과정을 통해 난자와 정자가 만나게 된다. 인간은 정자를 만들 때 자기 유전자를 절반씩 나눈다. 난자와 정자는 수정을 통해 태아가 되면서 DNA를 갖는 세포의 수는 60조 개로 늘어난다. DNA는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지며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는 물질이다.

 

우리의 몸에는 디옥시리보 핵산(DNA)이라는 우아한 문자에 새겨진 메시지가 흐른다.

 

 

 

<클림트, 여자의 세시기, 1905>

 

 

DNA는 죽은 자의 메시지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에게 전달한다. 사랑의 시작은 본능이지만 결국은 선택이다. 선택은 우리 삶의 일부이다.

 

우리는, 정확히 말해 우리의 유전자는 경쟁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생을 이어왔다. 성공한 유전자의 가장 중요한 특질은 '이기주의'이다. 예외적으로 어떤 유전자는 한정된 이타주의를 육성함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수행하기도 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르네 마그리트, 데칼코마니, 1966>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온 것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이기적인 행동을 해왔고 이러한 작용은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철학적 담론으로 해석한다면 인간의 '행복'이란 '생존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타적 행동이란 이타행동자의 생존가능성을 낮추고 가상수익자의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타적 행동조차도 겉모습을 바꾼 이기적 행동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이기적 행동이란 가치 있는 자원을 함께 나누기를 거부하는 행동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무엇일까?

 

 

 

<루소, 행복한 4인조, 1902>

 

 

개개의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서 그 수를 증대하고자 노력한다. 유전자는 인간의 몸 속에서 생존하고 번식한다. 때로는 타인의 몸 속에서 자기복제를 돕는다. 예를 들어 희귀한 열성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가 발현되려면 유전자가 배수로 존재해야 한다. 약 70명 중 한 명은 이 유전자를 하나만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똑같은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면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을 도울 수 있다. 이는 개체의 이타주의로 보이지만 결국은 유전자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돌봄과 헌신은 혈연 이타주의의 특수한 예이다.

 

 

 

<부그로, 언니, 1869>

 

 

우리 안에는 이타적 자살 유전자가 있다. 이타적 자살 유전자가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2인 이상의 형제, 부모, 자식이나 4인 이상의 이복형제, 삼촌, 조카, 조부, 손자 또는 8인 이상의 사촌 등을 구하고 죽는 것이다. 그런 자살을 통해 이타적 유전자는 죽지만 다른 개체 속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손실을 충분히 보상받으며 계속 살아가게 된다. 부모의 돌봄과 형제, 자매의 이타주의는 같은 이유로 진화한다. 다른 개체, 즉 수익자의 몸 속에서 그 이타적 유전자는 존재할 확률이 높아진다.

 

엄마는 아빠보다 더 확실하게 자기 자식을 잘 알아본다.

 

 

 

<알마 타데마, 언제나 환영, 1887>

 

 

어떠한 종을 막론하고 엄마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알을 낳거나 새끼를 갖는다. 엄마에게는 자신의 유전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아빠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빠는 엄마만큼 육아에 열중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진다. 흥미롭게도 이는 할머니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외할머니는 친할머니에 비해 손자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는다. 확신은 강한 이타주의로 나타난다. 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낳은 아이에게는 확신을 가질 수있지만 부인이 있는 아들에게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러한 일이 생기는 이유는 아들이 부인에게 배신당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이유로 외삼촌과 이모는 조카의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외삼촌과 이모가 아이와의 근친도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 대한 자식의 이타주의는 생존에 불리하다.

 

 

 

<밀레, 엄마의 보살핌, 1855-1857>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받기보다는 자식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푼다. 시중을 드는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종은 자식을 돌본다. 그들은 나보다 더 약하고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기는 설사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럴 능력이 없다. 아이들은 항상 부모보다 젊다. 그들의 평균여명이 더 길다. 평균여명은 이타적 행동을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평균여명이 긴 자식의 부모에 대한 이타적 행동은 자식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노쇠하고 죽는 개체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 희생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거래는 생존에 위협으로 작용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시중은 진화에 유리하다.

 

 

 

<부그로, 엄마와 아이, 1880>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이타적 사랑은 종의 번식과 생존에 유리하다. 선조 때부터 내려오는 '내리사랑'이라는 말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우리는 약하고 어린 생명을 보호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그것은 인간의 위대한 이타성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나의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한 이기적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랑이 아래로 흐른다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 모든 과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인간의 세포에는 사랑이라는 어머니의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루이 에밀 아단, 엄마의 마음, 1898>

 

 

로뮤토피아의 인간의 이기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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