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비스 사건, 의문의 목격자

2020. 7. 4. 19:13심리

로뮤포티아는 '길거리 살인사건'이라고 불리는 제노비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노비스 사건은 인간의 책임감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는 정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별히 주어진 상황 속에서 우리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은 꽤나 단순하게 결정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습게도 현실은 그러하다.

 

상황은 유동적이고, 매시간 매초마다 변화를 거듭한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정도가 높을수록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고, 따라한다.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타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방행위를 '다수의 무지'라고 한다. 인간은 머리를 맞대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제노비스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건 많은 목격자들이 있을 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도출되는지에 대한 분명한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노비스 사건은 뉴욕의 퀸스구에서 발생했다. 처음에는 대도시에서 흔히 일어나는 살인사건 정도로 치부되었다.

 

 

<제노비스, 28세>

 

 

뉴욕은 대도시이다. 그만큼 거주인구, 유동인구, 사건도 많다. 제노비스라는 여인의 사건은 뉴욕에서 접할 수 있는 흔한 사건들 중 하나였다.

 

왜 제노비스 사건은 주목받게 되었을까?

 

제노비스 사건을 둘러싼 모든 정황들이 이해할 수 없는 요소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제노비스는 밤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놀라운 것은 목격자가 매우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들 중 누구도 제노베스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제노비스의 이웃들은 모두 개인주의이며,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이었을까. 그래서 눈앞에서 죽어가는 한 여인을 외면했을까?

 

제노비스의 이웃들, 목격자들은 모두 그 돌발상황에 관심을 갖고 주목했다. 그런데 목격자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불을 켜고 밖을 내다보던 목격자이자 이웃이던 그들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너무 많은 목격자가 있으니 굳이 내가 나서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목격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악의없는 방관자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우선 침착한 척 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인간은 돌발상황에서 침착하도록 학습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다면 나도 그래도 괜찮을 상황으로 생각하게 된다. 눈치를 보며 모두 다 함께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방관자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콘서트에 갔다가 노래가 끝나면 누군가의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선뜻 먼저 나서 박수를 치기 힘들다. 어디에선가 박수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함께 박수를 친다.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타인을 모방한다.

 

제노비스를 공격한 괴한은 무려 세 번이나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제노비스에 대한 공격은 35분간 이어졌고, 그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방관하던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녀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구속되는 살인자 모즐리>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의문스러웠다. 제노비스의 사인은 과다출혈이었는데, 자상의 정도는 죽음을 초래할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의문에 라타네와 달리라는 학자가 동참했다. 그들은 뉴욕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실험을 했다.

 

라타네와 달리는 뉴욕 한 복판에서 실험조교를 시켜 간질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가장한다. 주변에 한 사람이 있을 때는 구조받을 확률이 85%였다. 반면 주변에 다섯 명이 있을 때는 31%만이 구조받았다.

 

 

 

<라타네와 달리의 실험>

 

 

 

그들의 결론은 목격자가 많으면 오히려 구조될 확률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책임의 분산'이라고 한다. 제노비스의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수적인 확률에 근거하지 않는다. 내 근처에 있는 한 사람이 중요하다.

 

오늘 우리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존재를 그냥 지나쳤는지 되돌아 보자. 나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로뮤토피아의 제노비스 사건, 책임의 분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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