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4. 18:43ㆍ심리
로뮤토피아는 오늘 진짜 '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 우리 사회는 깡에 열광하고 있을까? 어떻게 비는 역주행하며 과거를 현재로 대체하는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깡의 열풍은 밈(Meme)과 관련이 있다. 밈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밈(Meme)은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이다.
밈은 문화의 전달단위이다. 기억은 저장되거나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다. 이때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정보, 유형, 요소 등이 밈이다. 밈은 모방을 통해 전달된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과 표정을 모방하는 상대를 좋아한다. 그래서 영업사원들은 상대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에 따라 옷차림과 말투를 다르게 한다. 그래야 고객의 호감을 얻고, 마음을 열 수 있다. 이러한 모방과정이 학습되고, 밈의 시초가 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일본의 만화영화 '미미의 컴퓨터 여행'에는 '미미'라는 손이 없는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미미(ミーム)는 밈의 일본식 발음이다. 만화 속에서 미미는 새로운 것들을 전달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이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문자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한다고 하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요즘 유행하는 밈은 인터넷밈의 줄임말이다. 인터넷을 통한 문화와 그 유행을 가리키는 말이다. 밈은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패러디되고, 확장된다.
"밈은 모방을 거쳐 뇌에서 뇌로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한다."
리처드 도킨스
비가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면서 '깡'의 역주행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깡'의 무시무시한 역주행 덕분에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게 되었다.
'깡'은 한 마디로 망했고, 꽝된 음악이었다. 음악, 가사, 안무, 의상 등 모든 것이 꽝이었다. 한때는 월드스타였던 비였기에 그의 비급 감성은 안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깡에 대한 조롱과 패러디가 일종의 놀이로 변화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모든 이상한 것들의 집합체인 '깡'은 놀이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비의 관대한 수용과 긍정성이 좋은 요소로 작용한다. 비는 대중의 조롱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비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원작영상 '깡'은 계속해서 패러디되면서 더 우스꽝스러워지고, 이러한 영상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깡은 진화되고, 확장되었다.
"오늘 몇 깡 했니?"
요즘 유행하는 인사말이다. 1일1깡이면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유튜브로 깡 뮤직비디오를 보고 댓글을 단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일 3깡이면 세 번의 시청이 필요하다. 비는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 하루에 3깡은 기본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권장한다. 우리는 모두 깡의 열풍에 동승하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통계청 공식 유튜브에서 '깡'에 댓글을 달았다는 믿기 힘든 사실이다.
"통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습니다. 2020년 5월 1일 오전 10시 기준 비의 깡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6,859,592회입니다. 39.831UBD입니다."
담당자는 혼났겠지만 우리는 즐거웠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깡을 하며 즐긴다는 것이다.
비는 새우깡 모델 광고를 계약함으로써 깡열풍의 완결판을 찍는다.
<새우깡 광고>
"우리는 무의식 중에 타인을 모방한다."
데니얼 데닛
로뮤토피아의 '깡에 열광하는 이유'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보기>
www.youtube.com/watch?v=xqFvYsy4wE4
www.youtube.com/watch?v=yhXT3hBaD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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