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 타인을 통해 나를 보다

2020. 7. 4. 18:02심리

 

로뮤토피아는 '투사'라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투사의 사전적 정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이나 생각을 외부 세계로 옮겨놓는 정신과정이다. 너무 어렵다. 그래서 모네리자는 쉽게 풀어보고자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무의식적으로도 하고, 의식적으로도 한다. 단지 우리가 지각하지 못할 뿐이다. 인간 뇌 속의 뉴런은 무리지어 소통하기를 좋아한다.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 한 무리로 다른 무리와 소통한다.

 

투사는 타인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이다.

 

 

<달리, 미완성 입체그림, 1972>

 

 

인간은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은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장점들을 타인을 통해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이 환상이 가장 극적으로 실현되는 관계는 사랑하는 연인관계이다. 우리는 사랑에 빠질 때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신적인 아름다움을 상대방에게 던져놓고, 타인을 통해 보는 나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아름답고, 고귀하다. 심리학자 융은 남성 속의 여성성을 아니마, 여성 속의 남성성을 아니무스라 칭했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우리의 이상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신적인 투사는 영원하지 않다. 적당한 시기를 지나면 신적인 존재는 인간계로 내려오다가 추락한다. 불완전한 인간과 사랑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샤갈, 생일, 1915>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떠올려 보자. 그 친구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 좋은 그 점들은 사실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타인을 좋아하는 것은 너무 당연스러운 일이다.

 

반대로 내가 너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나가 싫으면 모든 것들이 싫어진다. 이것은 상대방의 인간성에 대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억압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쁜 점들을 상대방을 통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싫은 점은 내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또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B라는 사람이 너무 싫다. 그러나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미움을 꾹꾹 억누르려고 하지만 감정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래서 오히려 A는 B가 나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왜곡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도 투사의 원리에 기반한 인간의 심리이다. 우리는 의식으로 떠오른 생각을 우리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타인을 나의 환상처럼 보게 되는 것이다.

 

 

<프리다 칼로, 두 명의 프리다>

 

 

프로이트는 말한다.

 

"타인을 나의 환상처럼 보게 되는 것은

더이상 의식 밖으로 추방시킬 수만은

없는

억압된 욕구에 저항하기 위한

필사적 방어이다."

프로이트

 

투사의 원리를 활용한 심리검사 중에 '로르샤흐 잉크반점검사'라는 것이 있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로르샤흐가 만들었다. 좌우로 대칭인 아무 뜻도 없는 잉크의 얼룩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인격장애를 진단한다.

 

심리검사 진단지는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10장 모두가 공개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구나 쉽게 이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로르샤흐 잉크반점검사>

 

 

누군가에게는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악기처럼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피뭍은 얼룩으로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얻어 맞은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보이는 것을 통해 전문가가 총체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투사의 기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어려운 것들을 타인에게 돌림으로써 우리의 불안은 감소한다. 그러므로 투사는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숨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오늘, 지금 누군가가 미워서 견딜 수 없다면 나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네이버 웹툰 '잡다한 컷' 중에서>

 

 

 

※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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