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8. 19:36ㆍ1분책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고 있을까. 의미에의 추구는 인간다움이다. 그 삶이 어떤 의미로 채색되든 삶의 끝은 결국 죽음이다.
죽기 살기로
우리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앞만 보고 살아왔다. 젊은 시절의 삶은 투쟁의 장이고 전쟁터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싸워 이기는 것밖에는 배우지 못했다. 너무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떤 종류의 분노가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죽기 살기로 살려고만 한다. 그러나 삶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젊은 시절의 우리는 욕망과 타협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렇게 세상과 싸우고 뒤를 돌아보니 열심히 살아온 삶이 허망하기도 하다. 만약 적당히 멈출 수 있었더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연된 죽음
인간의 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마지막 15년을 건강하지 못한, 병을 관리해야 하는 상태로 살아간다. 지연된 죽음을 살아가는 셈이다. 현대인의 80%는 병원에서 사망한다. 우리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떠나는 마지막을 꿈꾼다. 그럴 수 없는 현대인의 죽음은 편안하지 않다. 쓸쓸하다.
죽음이라 쓰고 삶이라 읽다.
종양내과 전문의인 저자는 수많은 말기암 환자들과 마지막을 함께 했다. 그는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의 삶과 죽음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삶의 숙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때때로 죽음이라 쓰고 삶이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돈 갚아라.
그의 환자 중에는 보호자가 없는 폐암 환자가 있었다. 그는 암이 진행되면서 자신을 돌볼 수 없게 되었다.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 그는 자신의 돈을 갚지 않는 동생에게 분노와 억울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병원 호스피스팀의 노력으로 연락이 닿아 찾아온 동생에게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돈 2억 갚아라.”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동생은 다시는 그를 찾지 않았다. 며칠 후 그는 혼자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한 인간의 마지막이 그런 것이라면 삶은 씁쓸하고 허망한 것이다.
버거운 가르침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죽음을 만난다. 어떤 죽음은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어떤 죽음은 가슴을 저미게 하고, 어떤 죽음은 숨이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다. 그 모든 죽음 속에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삶이 있다.
“죽음의 순간을 보면 삶의 의미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김범석
타인의 기억으로 남는 나의 삶
우리는 수많은 처음과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 이야기 하나하나를 통해 삶은 전체로서 완성된다. 그 완성의 끝에는 나의 죽음이 있다. 나의 이야기들 중 오직 죽음만이 온전히 타인의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그리고 그 죽음만큼은 준비할 수 있다.
삶은 연결된다.
누군가의 어제는 우리의 오늘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오늘은 다른 누군가의 내일에 영향을 미친다. 삶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져 있다.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잘 준비하고 마무리해야만 한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에 다다를 것이고 아름답게 기억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오늘 누군가의 죽음은 내일의 내가 닿을 시간이고, 어떤 죽음들은 아직 남아있는 이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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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김범석,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