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2021. 5. 25. 15:051분책

인생 초기화

 

우리는 모두 가끔 새로운 삶을 꿈꾼다. ‘다른 생이 있었으면’, ‘다른 사람으로 살았더라면’이라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이번 생을 마지못해 받아들이기도 한다. 잘 살아내는 사람조차도 아쉬움을 느낀다. 그 아쉬움은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움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후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

 

죽기 직전에 열리는 마법의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죽기 전에만 열리는 신비한 도서관이다. 이곳에서는 과거에 하지 못했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옵션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주면서 완벽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출처 : pixabay

 

죽기로 결심한 순간

 

주인공 노라는 어느 날 밤 죽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지워진 존재와 같았다. SNS에는 그 어떤 메시지도 없고,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오빠와 친한 친구도 더 이상 그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녀는 버림받았다는, 자신이 세상에서 불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죽기 딱 좋은 시간

 

죽기로 결심하기 전 몇 시간 동안 그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사랑하던 고양이 볼츠가 죽었고, 12년 11개월 동안 일했던 곳에서 해고를 당했고, 약혼자와는 파혼을 했다. 그녀는 다시는 내일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 11시 22분은 죽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평소 복용하던 항우울제를 한움큼 쥐고 입에 털어 넣었다.

 

초록색의 사후세계

 

정신이 들자 그녀는 낯선 공간에 와있었다. 초록색 책들로 가득 찬 서가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은 자정에서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당황해하는 그녀 앞에 어릴 때 도서관에서 자주 만났던 엘름 부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잠시 자신이 사후세계에 와있다는 생각을 했다.

 

 

출처 : pixabay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도서관

 

그녀는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도서관에 와있었다. 그곳은 죽음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도서관에 가득한 책 속에는 어쩌면 그녀가 살 수도 있었던 삶들이 있었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흘려보낸 기회를 다시 잡을 수도 있었다.

 

되돌리고 싶은 일

 

그녀는 책들 속에서 ‘후회의 책’을 집어 들었다. ‘후회의 책’에는 그녀가 살아가면서 했던 모든 후회가 기록되어 있었다.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물밀 듯 밀려 들어왔다. 그녀는 모든 것이 다 후회스러웠다. 그녀의 인생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철학 따위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전망 없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우울증 약을 달고 살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행복한 사람이 되었더라면.,.’

 

 

출처 : pixabay

 

제2의 삶

 

그녀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의 인생’이라는 책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잊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새롭게 선택한 삶에 다시 실망한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완벽한 삶은 없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다시 사는 삶을 선택했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제2의 인생도 완벽한 삶은 아니었다. 애초에 완벽한 삶이란 없다. 우리에게는 살아볼 수 있는 삶이 여전히 많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무한한 것이다. 삶이란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결코 되고 싶은 사람이 다 될 수 없고, 원하는 삶을 모두 살아볼 수도 없다. 원하는 기술을 모두 배울 수도 없다. 그런데도 왜 그러길 바라는가? 난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의 모든 음영과 색조와 변주를 살아내고 느끼고 싶다.”

실비아 플라스

 

ⓒ로뮤토피아(romutopia@naver.com)

 

<참고>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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