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3. 16:10ㆍ1분책
재난의 순간
여러분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려고 한다. 그 배에는 200명이 있다. 여러분은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할까? 다른 사람을 밟고 넘어가 먼저 탈출하려고 할까, 아니면 서로를 도우며 연대할까.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인가?
세상에는 잔혹한 사건들, 인간의 폭력적 심연을 들여다보는 문학작품들, 사악한 본성을 폭로하는 과학실험들이 존재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리대왕’에서는 무인도에 표류한 아이들이 악마처럼 행동한다.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파헤치기 위한 심리학 실험인 밀그럼 실험에서는 악에 동조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인다. 인간은 정말 그런 존재일까.
껍데기 이론
네덜란드의 동물학자 프란스 도발은 ‘껍데기 이론’을 자주 언급한다. 이는 인간의 본성 자체가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며 공황상태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즉 문명이란 아주 가벼운 도발에도 갈라져 버리는 얄팍한 껍데기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난에서 최악을 끌어내는 사례들로 인해 우리는 껍데기 이론을 맹신하게 된다.
왜 잔인함이 드러나는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사건들은 예외적인 현상을 다룬다. 그리고 그렇게 예외적이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소비된다. 착한 뉴스보다 악한 뉴스가 훨씬 더 자극적이고 주목을 많이 받는다. 또한 인간의 뇌는 부정적 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폭력으로 넘쳐나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다.
고상한 선택
네덜란드 흐로닝헨 대학의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톰 포스트메스는 지난 몇 년 동안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비상착륙하는 비행기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97%의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서로 짓밟고 아수라장을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거의 모든 경우에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인간본성의 본질
타이타닉호의 침몰, 911테러, 제2차 세계대전 등 수많은 전쟁과 재난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우리가 목도한 것은 인류애와 연대, 선한 본성이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약자를 먼저 배려하고 질서정연하게 대피하고 처연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911테러 때는 수천 명이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착하게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심지어 그들은 부상자나 소방대원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최선의 것
현실 속에서의 인간은 재난 속에서 각자도생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하며 살인, 강도, 강간 등의 범죄율은 일반적으로 감소한다. 약탈은 존재하지만 광범위한 이타주의와 비교할 때 언제나 작아진다. 즉 재난은 사람들 내면에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 낸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다.
전쟁과 재난 등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인간은 어김없이 선한 본성에 압도되어왔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깰 때 최상의 연대와 협력을 이뤄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와 협력은 불평등과 혐오, 불신의 덫에 빠진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 그 이상의 존재이다.
휴먼카인드
인간의 본성은 다정하고 협력적으로 타고났다. 이것이 인간만이 지닌 엄청난 힘이다. 인간의 우정, 친절, 협력, 연민은 전염될 수 있다. 인간이 지닌 본성의 선함을 믿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실천할 때 우리는 더 나은 휴먼카인드가 될 수 있다.
ⓒ로뮤토피아 (romutopia@naver.com)
<참고>
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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