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30. 17:58ㆍ1분책
신의 화살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은 치유의 신이며 질병의 신이다. 트로이 전쟁 중 아폴론은 화살을 퍼부어 그리스인들에게 역병을 안겼다. 그리스인들이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해 가서 풀어주지 않은 데 대한 벌이었다.
인류의 재앙
코로나19는 인류에게 거대한 재앙을 안겨주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는 인간을 공격하여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거대한 혼란은 온갖 종류의 가짜뉴스와 인종차별, 혐오, 빈부격차 등을 생산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증가했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백신에 칩을 넣어 인간을 마음대로 조종할 것이라는 허황된 루머가 퍼져나갔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지 3000년이 지난 오늘날,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며 아폴론의 보복을 떠올리게 된다.
코로나19의 위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새로운 위협이고 오래된 위협이기도 하다. 팬데믹, 즉 대량살상 전염병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한다. BC 430년 아테네 역병, AD 541년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 1347년 흑사병, 1918년 스페인 독감 등으로 수많은 인구가 희생되었다. 2021년 7월 20일 집계에 의하면 코로나19로 희생된 사람의 수는 대략 400만 명이다. 쿠웨이트, 크로아티나 등과 같은 나라의 전체 인구수가 대략 400만 명이다. 전염병으로 지구에서 한 국가가 사라진 셈이다.
비슷한 역사
2019년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세기 동안 발생한 최악의 호흡기 질환 범유행 중 첫 번째로 기억될 것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세계적으로 39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두 바이러스가 등장한 시기는 다르지만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맞서는 모습은 매우 유사하다. 혼돈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고자 노력하고 과학적 데이터와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원활한 방역을 가로막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대중의 무관심, 둘째 개인적 성격의 조치가 필요한 점, 셋째 감염자가 스스로 감염사실을 인지하기 전에 병이 전파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홀로 죽어가는 사람들
코로나19가 두려운 이유는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기도 하고 미지의 질병을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된 가족을 만날 수도 없고, 그의 곁에서 병간호를 할 수도 없고, 그의 마지막을 지킬 수도 없고, 주검을 확인할 수조차 없다. 작별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삶으로 이어지는 고통
코로나19로 생계수단을 잃은 사람들이 증가하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부인과 공포, 슬픔이 온 세계를 감싸고 있다. 인류가 겪고 있는 두려움, 외로움, 정치적 양극화, 마스크, 영업중단 등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인류는 과거에 비슷한 재난을 겪었고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재앙은 끝나기 마련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지금은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다. 코로나19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습을 바꾸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안개 속에 있다.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다. 백신의 효력, 감염자의 건강에 미칠 장기적 영향, 방역대응이 가져올 장기적 여파, 그로 인한 정신건강과 교육에 미칠 영향, 경제적 전망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두루 살피고 과학적 사실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재앙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인간에게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폴론의 역병은 신들의 여왕 헤라와 아킬레우스의 개입으로 결국 종식되었다. 아폴론은 무수한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활을 내려놓았다. 이 유행병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행한 일들, 우리의 모습은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닌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로뮤토피아 (romutopia@naver.com)
<참고>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신의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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