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8. 14:58ㆍ1분책
사랑의 힘
인간은 사랑의 힘을 믿는다. 사랑의 힘이란 사랑스러움과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힘은 자기 자신, 자기 이야기,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충실하다는 것과 관계가 있다. 가면 뒤에 숨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정신적 외상의 결과
정신적 외상을 입고 심하게 방치된 아이의 뇌는 감성조절 영역에서 손상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뇌의 1/3에 이르는 부분이 훼손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유아기에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기존 신경세포와 새롭게 형성되는 신경세포들을 파괴하고 세포들끼리 결합하는 것을 방해한다.
삶에서 최초의 기간에 뇌에 흡수된 자극은 이후 흡수된 모든 정보를 합친 것보다 더 강한 인상을 뇌에 남긴다. 유아기 초기의 감정은 몸속에 흔적을 남기고 암호가 되어서 정보로 남는다. 그것은 이후 몇십 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악은 어떻게 세상에 나타나는가?
인간의 성격은 삶의 첫발을 내딛는 시기에 관심과 보살핌, 애정과 이해를 받았느냐, 거절과 냉대, 몰이해와 무관심을 경험했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에는 폭력도 포함된다. 범죄자들 중에는 애정과 보살핌 부족으로 정신적인 외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
어떤 성향을 타고나든 어린아이는 삶을 파괴하려는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시기에 영혼이 학대를 받았을 때 인간은 파괴적인 충동에 내몰린다.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자란 아이는 악한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 악이 반드시 인간 본성의 일부인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에 마음을 다친 어린이의 삶은 순탄하지 않다.
학대받는 삶을 살아온 사람은 진정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두려워한다. 곁에서 자신을 자켜주는 사람이 없는 한 그런 감정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것이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제어하지 못하는 분노에 휘둘리기도 한다. 종종 이러한 분노는 자기파괴 행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다른 사람에게 그 고통을 전가하는 방법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왜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았을까?
우리는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을 숨기는 데 익숙하다. 학대받은 당사자는 혼돈 속에 빠져 있다. 불안에 둘러싸인 그들은 학대한 사람을 비난하는 대신 이상화한다. 그들을 학대한 사람은 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보살핌과 애정을 베풀었어야 하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학대받는 아이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지키고 싶어 한다. 학대의 상황 속에서 부모를 이상화하지 않았다면 그 상황을 살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환상을 붙들고 살았던 것이다.
몸속에 숨어있는 감정의 시한폭탄
거부된 진실은 몸에 신호를 보낸다. 마음이 약해질 때, 면역력이 떨어질 때 육체는 그의 삶을 대변한다. 몸의 세포들 속에 저장되어있는 기억들은 자기 자신과 전쟁을 벌이게 된다. 그 결과 고혈압, 심장병, 만성위염, 장염 등 신체적인 질병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드러낸다. 몸을 통해 자기가 곤경에 처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
눈감아 온 진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학대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이중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자아를 잘못 형성했기 때문에 억눌린 감정과 욕구들이 웅크리고 있는 또 다른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들은 감옥에 갇혀 있다. 그것들은 서서히, 때로는 빠르게 삶을 파괴한다. 어린 시절 그토록 바라던 관심과 칭찬을 받기 위해 허구로 지탱된 삶을 살아간다.
고통의 흔적은 소멸되지 않는다.
고통의 흔적이 사라질 수 있다면 폭행이 되물림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억의 단편들은 여전히 몸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망각하고 무시된 정신적 외상은 되풀이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발현되게 된다.
사고의 폐쇄
고통을 인정받지 못하고 억압당한 어린이들에게는 감성이 둔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고통과 굴욕을 부인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감성적으로 둔감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둔감해진 감성은 위험을 피하려고 뇌 속에 장벽을 설치한다. 사고가 폐쇄되는 것이다. 사고가 폐쇄되면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앨리스 밀러는 ‘전문가 증인’이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전문가 증인은 어린이를 방치하고 학대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는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 편에 서서 아픔을 함께 나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마음속에 두고도 모르는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대의 피해자는 전문가 증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에게 행동 선택권이 있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좋은 전문가 증인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면 정신적 외상을 입었던 어린 시절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현실을 깨닫기
어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감수하고자 하는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과거를 파헤치는 일이 진정 의미가 있는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어린아이는 더 이상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 과거와 인연을 끊고 진실과 더불어 살 수 있다. 족쇄를 풀고 감옥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로뮤토피아 (romutopia@naver.com)
<참고>
앨리스 밀러, 사랑의 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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