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6. 18:54ㆍ1분책
프리즘을 통한 삶의 경로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이 땅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땅을 밟고, 나무를 본다. 그러나 저마다의 삶은 제각각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같지 않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희생된 사람들
역사적으로 가장 끔찍한 범죄 중 하나는 홀로코스트이다. ‘홀로코스트’는 ‘불에 의해 희생된 제물’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사망한 유대인은 약 6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곳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있었다. 그중에는 세계적인 학자 프리모 레비와 빅터 프랭클도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눈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썼고,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는 ‘이것이 인간인가’, ‘살아남은 자의 아픔’이라는 책을 썼다. 두 사람 모두 살아있는 한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언제부터인가 그 끔찍한 순간들이 되살아나
그 얘기를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내 가슴은 너무나 쓰라리고 저려왔다.
...
내가 아직 살아서
내가 아직 죽지 못해서
먹고, 입고, 잠자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게
어찌 내 탓이고 내 잘못이란 말인가!’
프리모 레비의 ‘살아남은 자의 아픔’ 중에서
살아남은 자의 몫
그들은 극적으로 살아남은 후 그 경험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레비의 글은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의 글에는 인간의 잔인함이 있고, 처참한 상황이 만들어낸 괴물이 있고, 고통받는 죽음이 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
반면 프랭클의 글에는 치유와 희망이 있다. 그 또한 레비 못지 않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화하면서 시련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에게 산다는 것은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삶의 목적을 찾고자 했고, 그가 찾은 것을 통해 평범한 우리들에게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자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 중에서 가장 마지막 자유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뿐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에서
수용소는 합리적인 곳이 아니다. 늙고 병들고 약해진 사람들에게 먼저 죽음이 찾아왔지만 그렇다 해도 늘 그 규칙대로 죽음의 순서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요행스럽게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레비는 때때로 신이 인간의 기도를 내동댕이쳤을 것이라 생각했고 지루한 고통 속에서 삶이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다.
생명 외에는 빼앗길 것이 없다.
프랭클은 자신의 생명 외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운명에 대해 초연해진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는 그것을 찾아낸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계속 성숙해나갈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러한 믿음 속에서 생존하고자 했다.
떠나간 자와 살아남은 자
레비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후에도 화학자로서 일했고, 여러 편의 책을 저술했다. 그는 그의 기억과 삶이 너무 고통스러웠는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후 죽을 때까지 그가 찾은 의미를 세상에 전달하고자 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잃는다면 그에게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 그 의미이고 그 의미들을 연결하면 하나의 역사가 된다. 그것이 프랭클의 가르침이다.
ⓒ로뮤토피아 (romutopia@naver.com)
<참고>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프리모 레비, 살아남은 자의 아픔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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