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은 나, 이상한가요?

2020. 7. 20. 17:18심리

로뮤토피아는 오늘 인간의 성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가? 아니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때 즐거운가?

 

 

<에곤 쉴레, 이중자화상, 1915>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 두 가지 에너지의 방향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자 융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부류로 나뉘고, 그것이 외향성과 내향성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성격을 진단하는 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MBTI는 융의 심리유형론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융의 이론에 의해 외향성과 내향성을 보다 쉽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성격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외향적인 사람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의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정보를 판단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므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는 이상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 외부세계에 더 많이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에게는 내향적인 사람이 몽상가처럼 보일 수 있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외향적인 사람이 깊이가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은 인간을 편협하게 만들고, 삶의 균형을 잃게 만들고, 삶을 서투르게 다루도록 만들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의 균형이 중요하다. 물과 기름처럼 보이는 이들은 세상에 고루 필요한 사람들이다.

 

 

<달리, 보이지 않는 볼테르 흉상, 1941>

 

 

융은 외향형과 내향형이라는 서로 다른 유형이 있다는 것 외에도 사고, 감정, 감각, 직관이라는 네 가지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한다. 이 기능들은 MBTI의 기반이 되었다.

 

20세기 초반 융은 프로이트, 아들러와 함께 연구를 했다. 융은 연구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프로이트와 아들러가 똑같은 환자를 놓고 토론하면서도 전혀 다른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이 발전시킨 이론도 거의 정반대였다. 게다가 융은 프로이트와의 견해차 때문에 갈등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회의가 계기가 되어 심리유형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융의 심리유형론>

 

 

융의 심리유형론은 인간의 행동이 다양하고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여도 아주 질서정연하고 일관된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인간행동의 다양성은 개인이 인식하고 판단하는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식이란 사물, 사람, 사건, 생각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기능이 포함되며, 판단에는 이미 인식한 것과 관련지어서 결론을 내리는 기능이 포함된다.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고 결론을 내리는 방법도 다르다면 그에 따라 반응, 흥미, 가치, 동기, 관심 등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융은 누구나 타고난 기질에 의해 극단적인 외향성과 내향성의 연속체상에 있으며 이런 기질들에는 생리적 근거가 있다고 믿게 된다. 융은 다윈의 예찬론자였기 때문에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기질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각했다. 그는 각 기질마다 그 기질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자신의 내면으로 물러나는 행동은 세상을 끝내 등진 것이 아니라 정적을 찾아나선 것이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칼 융

 

 

<존 윌리암 고워드, 템버린 소녀, 1906>

 

 

이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 돌아가보자.

 

내향적인 사람들은 당연히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때 내향적이라는 것은 수줍음을 탄다는 의미가 아니다. 에너지를 안쪽으로 사용함을 의미한다. 융은 외향형과 내향형이 모두 중요하지만 삶의 마지막에는 내향형으로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왁자지껄하게 대화하기보다는 일대일로 조용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 사교적인 폭넓은 대인관계보다는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선호한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하는 일에 능한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사고보다는 행동을, 활력이 넘치는 활동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전혀 다른 두 성향의 조합도 의외로 조화롭다.

 

 

<Dr. Angry and Mr. Smile : 착시작품, 2~3미터 뒤로 물러나서 보면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어 보인다>

 

 

외향적인 사람의 뇌와 내향적인 사람의 뇌에는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람의 얼굴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그 과정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정보를 처리할 때의 뇌의 경로도 내향적인 사람보다 더 짧고 더 빨리 작용한다. 문제는 외향적인 사람이 도파민에 별로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될 때만 그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도파민 수치를 올리는 방법 중 하나는 새롭고, 빠르고, 신나고, 위험한 행동을 해서 아드레날린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도파민은 중독성 있는 행동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직접 마주 대하며 신나게 활동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장 베로, 사교계의 밤, 1878>

 

 

반면 내향적인 사람의 뇌는 외향적인 사람보다 혈류량이 더 많다. 내향적인 사람이 정보를 처리할 때는 뇌에서 내적인 경험과 관련된 부분을 더 복잡한 경로를 통해 통과한다. 이들은 도파민에 민감하여 도파민이 조금만 분비되어도 강한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시끌복잡한 곳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에게서 주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은 아세틸콜린이며 이는 도파민과 전혀 다른 효과를 보인다.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 차분해지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또한 새로운 것을 더 쉽게 배울 수 있게 되고, 기억력이 향상된다.

 

 

<르느와르, 햇빛과 그림자, 1872>

 

 

내향적인 사람의 뇌는 더 잘 작동하기 위해 만족감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외향적인 사람의 뇌는 신나는 활동을 찾아나서며 다량의 도파민을 분비하게 한다.

 

그러므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여러분은 이상하지 않다. 아주 정상적이다.

 

 

"내향적인 사람의 세계는 안전한 항구이자 조심스럽게 손질하고 벽으로 둘러싼 정원이다. 그는 자신의 자원을 활용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일할 때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

칼 융

 

 

<구스타프 피셔, 예술가와 이젤, 1889>

 

 

우리가 혼자 있는 것이 이상한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는 사회적 시선과 압력 때문이다. '행복'을 측정하는 척도에 '외향성, 적극적인 사회참여, 만족스러운 여가활동'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불행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마이어는 '자부심, 낙천성, 외향성'의 세 가지 특질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래니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비율은 3:1이며, 외향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열등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기 쉽다고 말한다. 세상의 편견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자 할 때 진짜 불행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 무도회가 끝나고, 1895>

 

 

외향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진행하는 연구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나는 타인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같이 있기 재미있는 사람이다."와 같은 문항에 '예'와 '아니오'의 둘 중 한 가지로만 답하게 한다는 것이 바로 문제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기준은 외향적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기준은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 익숙하다.", "나는 자유롭게 내 길을 간다." 등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외향성 위주의 설문지에는 이런 내용들이 없다. 수적으로 우월한 외향적인 사람들로부터 내향적인 사람들은 매일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는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들에 비해 불행해 보이는 것일 뿐이다. MBTI에 의해 도출되는 16가지 유형에는 나쁜 유형이 없다.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외향성과 내향성은 그저 개인간의 독특한 차이일 뿐이다.

 

그러므로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외향성과 행복이 완전한 상관관계에 있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반드시 외향적일 필요는 없다. 행복하고 내향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매우 정상적인 사람이다. 아니 꽤 괜찮은 사람이다.

 

로뮤토피아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 이상한가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세라 톰리, 프로이트라면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