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7. 17:41ㆍ심리
로뮤토피아는 잠재의식 광고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콜라를 좋아하는가?
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 중의 왕이다. 맛있어서, 시원해서, 목말라서 먹고, 브랜드 그 자체를 먹기도 한다. 물론 이는 코카콜라의 경우에 해당된다. 점점 낮은 가격의 대체제들이 관심을 받아도 콜라만큼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는 강력하다.
만약에 내가 누군가에게 조종당해서 콜라를 마신다면?
우리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 영화만큼이나 중요한 게 영화를 볼 때 먹는 간식이다. 영화와 콜라, 팝콘은 하나의 세트로써 영화를 경험하게 한다.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1957년 마케팅 조사자인 제임스 비커리는 '잠재의식을 자극해서 인간의 구매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실험하기 위해서 미국의 뉴저지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 '피크닉'을 상영하는 동안 실험을 했다. 영화를 보는 사이사이에, 우리도 의식하지 못하는 짧은 순간에 "코카콜라를 마셔라(drink cola)", "팝콘을 먹어라(eat popcorn)"와 같은 잠재의식 메시지를 보여줬다. 메시지는 고속영사기를 통해 3000분의 1초 동안 스크린에 보여진다. 너무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할 수 없다. 그것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본 후 콜라의 매출은 18%, 팝콘의 매출은 58% 증가했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조종당한 것일까?
여러분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충동에 사로잡힌 적이 있는가?
잠재의식을 조종할 수 있다는 제임스 비커리의 주장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삶을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고,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되고...그 부작용은 어마어마했다.
이 문제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자 인디애나 대학교의 멜빈 드플러도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동료인 로버트 페트라노프와 팀을 만들었다. 그들은 국영 TV방송을 통해 숨겨진 메시지를 내보내는 방법으로 비커리의 주장을 검증하기로 한다. 인디애나 폴리스의 WTTV로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은 숨겨진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시청습관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2시간 짜리 영화를 방영한 다음 프랭크 에드워즈라는 뉴스 캐스터가 진행하는 뉴스를 방송했다. 영화 상영 내내 "프랭크 에드워즈를 시청하라"는 잠재의식 메시지를 내보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프랭크 에드워즈의 뉴스는 평균 시청률이 4.6%였다. 잠재의식 메시지를 내보낸 후 시청률은 3% 하락했다.
두 번째 실험은 잠재의식 메시지가 구매행동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존 피그사의 협조로 TV광고에 "베이컨 사세요"라는 잠재의식 메시지를 내보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존 피그사는 일주일에 평균 6143개의 베이컨을 판매했다. 실험이 끝난 후 6204개를 판매했다. 실험 전이나 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잠재의식 메시지는 오히려 프랭크 에드워즈를 피하게 만들었고, 베이컨 판매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잠재의식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조작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실험에는 헛점이 있다. 잠재의식 메시지와 관련된 실험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몇몇 참모들이 비커리를 불러 자신들을 상대로 같은 실험을 하도록 했다. 핫도그와 관련된 잠재의식 메시지였다. 그러나 잠재의식 광고를 본 대다수의 참모들은 별다른 식욕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CIA, 미국과 캐나다의 방송국들도 비슷한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 실험은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 비커리가 주장한 실험대상자의 수가 부풀려졌다는 점, 당시의 기술로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 등 여러가지 의문이 남는다. 잠재의식 메시지 실험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음모론으로 회자되며,심리학 서적에도 버젓이 실려있다. 1962년 비커리 스스로가 사기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에 매혹된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악마의 메시지가 들린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다. 이는 뉴스에도 보도되었으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파장은 컸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윌슨 키 박사는 로큰롤을 거꾸로 들으면 악마의 대열에 동참하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거꾸로 들었다. 노래 속에 담긴 악마의 메시지가 10대들의 자살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윌슨 키 박사는 'Better by you, Better than me'라는 노래가 비극적인 행동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하기도 했으나 증언은 인정되지 않았고 소송은 기각되었다.
무의식적인 자극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서브리미널 효과(Subliminal Effect)'의 시초가 되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인간의 충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것은 주로 무의식적인 성충동에 관한 내용이다. 비커리의 경우에는 무의식에 자극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었다. 시청자들은 설명할 수 없는 충동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송을 통해 나간 잠재의식 메시지가 시청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지만 미국방송협회는 1958년 6월 잠재의식 메시지의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잠재의식 메시지는 방송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제16조(잠재의식광고의 제한)에는 '방송광고는 시청자가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잠재의식 메시지에 대한 주장은 과학적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모론자들은 잠재의식 메시지의 힘을 믿고 있다.
로뮤토피아의 잠재의식 광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리처드 와이즈먼, 괴짜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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