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화를 내는가

2020. 8. 11. 17:56심리

로뮤토피아는 인간의 특별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지금 화가 나있는가? 종종 화가 나는가? '화(분노)'라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니 분노를 조절할 수 없다고 해서 너무 당황하지는 말자.

 

인간의 감정을 바라보는 네 가지 관점이 있다.

 

 

 

<기쁨, 까칠, 분노, 소심, 슬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중에서)>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감정은 유전적으로 대물림된다고 말한다. 진화론적 관점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의 몸이 느끼기 때문에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생리학적 관점이다.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지론적 관점이다. 마거릿 미드는 감정은 문화적으로 학습된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론적 관점이다.

 

여러분은 누구의 이야기에 공감하는가?

 

진화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감정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의하면 감정은 유전을 통해 대물림되고, 종의 진화과정에서 선별된 것이다.

 

 

 

<영화 '인타임' 중에서>

 

 

 

여러분이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났다. 그러면 도망가야만 한다. 이러한 기제는 두려움을 통해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경쟁구도에 있는 사람에게는 분노를 느껴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감정은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다.

 

 

"감정, 그것은 곧 감각이다."

 

 

심리철학자들은 행동이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두렵기 때문에 떠는 것이 아니라 떨리니까 두려움이 느껴진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우니까 슬픈 것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우리가 보이는 반응을 떠올려보자. 대개의 경우 멍하거나 심장이 뛴다. 그리고 두려움과 슬픔이라는 감정은 나중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그들의 주장은 감정의 존재를 알려주려고 신체적 표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즐겁지 않아도 웃을 때 근육의 움직임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의지와 분리되어서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없다."

에픽테토스

 

 

<에픽테토스 (출처 : S.Beyssent/wikipedia)>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으로서 가장 합당한 주장인 것처럼 보인다.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일어난 일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연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왜 전화를 안 받았을까. 그는 내가 싫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슬퍼진다. 다른 사람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라는 생각은 걱정과 두려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감정은 생각이다.

 

 

<다양한 감정 (출처 : 브런치 by 조혜경)>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인간의 행동은 생물학적 요소가 아니라 문화가 결정한다는 문화결정론을 주장한다. 감정은 학습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특정한 사회에서 성장함으로써 감정은 학습된다. 감정은 사회적 역할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다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속한 세상이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자기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서구에서는 낯선 이에게도 눈인사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는 것은 인생의 문제의 무게에 있어서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중에서

 

 

<코티2 (원작 :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실리아)>

 

 

다윈은 인간의 기본감정을 기쁨, 놀라움, 슬픔, 두려움, 혐오, 분노 등으로 구분하며 이를 '빅 식스(Big six)'라고 한다.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여기에 즐거움, 경멸감, 만족감, 당혹감, 흥분, 죄책감, 자존감, 충만감, 감각적 쾌락, 수치심 등을 덧붙인다. 인간의 얼굴은 43개의 미세근육들의 조합으로 10만 가지가 넘는 표정을 만들어내고, 이 중 2천 가지 표정은 몸으로 느끼는 감정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감정 (폴 에크먼, 언마스크)>

 

 

다시 '화(분노)'라는 주제로 돌아가보자.

 

삶이 우리가 원하는대로 술술 풀려나간다면 화를 낼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원하는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은 것이 삶이다. 우리는 늘 좌절을 극복하며 살아간다. 호주의 한 연구에서는 직장에서 화를 돋우는 일에 대해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44%가 부당한 대우를 분노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노력만큼 인정이나 보상을 받지 못할 때 화가 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복종과 위협 중 어떤 쪽을 택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판단한다. 스스로 통제가능한 상황일 때 화를 내거나 피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 화를 표출한다. 보고서가 개판이라는 상사에게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화를 내면 회사에서 잘리거나 내 몸이 상한다. 레드로프 윌리암스 교수는 분노지수가 높은 사람은 50세 이후에 사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7배나 높다고 말한다.

 

 

 

<네이버웹툰 '잡다한컷' 중에서>

 

 

그렇다면 대놓고 화를 표출할 수 없는 평범한 사회인인 우리는 어떻게 화를 통제할 것인가?

 

로뮤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공'을 추천하고 싶다. 일본의 디자이너 마키코 요시다가 디자인한 '카오마루(Caomaru)'라는 공이 있다. 표정이 있는 말랑말랑한 공이다. 공을 어떻게 쥐느냐에 따라 공의 표정이 바뀐다. 기본표정이 4가지이다. 기본얼굴표정에 따라 호(Ho), 제(Ge), 니(Ni), 푸(pu)라는 이름이 붙는다. 직장상사의 잔소리를 듣고 기분이 상할 때 한 번쯤 사용해 볼만하다.

 

 

 

<스트레스 공, 카오마루>

 

 

로뮤토피아의 '왜 화를 내는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프랑수아 를로르, 크리스토프 앙드레, 내 감정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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