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의 심리, 고통과 치유

2020. 7. 5. 17:32심리

로뮤토피아는 색채의 심리, 색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에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괴테는 '모든 색은 노랑과 파랑의 두 극 사이에 든다'라고 말했다. 괴테는 색채는 빛과 어둠 사이, 밝음과 어두움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괴테는 색과 감정과의 관계에 주목한 최초의 사람이다. 괴테의 제안은 오늘날 색채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괴테는 자연관찰의 일환으로 '색채론'을 저술했다. 무려 3부작이며 20년에 걸쳐 저술되었다. 괴테는 '색채론'을 통해 모든 색은 백과 흑의 대립으로 표현된다고 주장한다. 괴테에 의하면 노랑과 파랑은 서로 대립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색이다. 그의 색채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은 그의 창작물에도 반영되었다.

 

"색은 빛과 어둠의 혼합에서 만들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

 

노랑은 밝고, 강하고, 뜨거운 반면 파랑은 어둡고, 약하고, 차갑다. 색은 온도감각에 영향을 준다. 빨강, 노랑 등의 장파장색은 따뜻하고, 파랑을 중심으로 한 단파장색은 차가운 인상을 준다. 같은 화면에 그려진 색이라도 빨강이나 노랑이 파랑이나 보라보다 앞으로 나와 보인다. 빨강과 노랑은 앞으로 돌출되어 보이고, 파랑과 보라는 뒤로 물러나 보인다. 즉 빨강과 노랑은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튀는 색상인 반면 후퇴하는 색인 파랑은 눈에 띄지 않는 색이다.

 

 

 

<노랑색>

 

 

 

<파랑색>

 

 

 

 

"인간은 일반적으로 색채에 대해 큰 기쁨을 느낀다. 눈이 색채를 필요로 하는 것은, 그것이 빛을 필요로 하는 것과 같다."

괴테

 

 

보라색은 신비한 색상이다. 보라색은 복잡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색상이다. 평범하지 않다. 빨강과 파랑이 섞이면 보라색이 된다. 난색계열과 한색계열이 혼합된 색상이지만 이미지가 차갑지는 않다.

 

보라색은 독특한 색상으로 우울하고 고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보라색을 가리켜 알 수유라는 '침체된 우울한 기분이나 체험을 가진 아이'라고 했고, 륙사는 '정서불안을 가져오는 몸의 기능저하'라고 했다. 그래서 보라색은 병약한 색, 나쁜 색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색에는 선악이 없다.

 

 

 

<고흐, 아이리스, 1889>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의 조합이다. 정반대의 만남이다. 보라색은 탄생부터 갈등을 안고 있다. 인간이 심리적 부조화를 경험할 때 우리 안의 무엇인가는 균형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반대되는 두 색의 만남은 갈등을 해소하려는 심리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보라색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보라색에 대한 욕구는 감정의 파고로 심리상태가 불균형을 이룰 때 균형상태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휴즈, 4월의 사랑, 1856>

 

 

 

 

A라는 친구는 늘 보라색 옷만 입고 다녔다. 언제나, 늘 보라색이었다. 당시의 사회분위기에서 보라색은 쉽게 소화하기 힘든 색상이고, 튀는 색상이었지만 그 친구는 보라색만 고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에게 보라색은 치유였다. 그 친구는 아파서 1년을 휴학하고, 복학한 후 나이는 1살 많지만 동급생들과 이름을 부르며 지냈다. 그 친구에게는 누구에게도 표현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있었던 것이다. 복잡한 감정에 이끌려 보라색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모네, 수련, 1916-1919>

 

 

 

 

보라색은 우아하고 고귀한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귀한 색, 지배계급의 색, 신비한 색으로 여겨졌다. 지배계급과 종교 등에서 종종 사용되었다. 서민들에게는 금지된 색이었으며, 염료가 고가이기도 했다. 보라색 꽃인 라벤더, 난초, 라일락 등은 섬세하고 귀중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 '엘리자베스 1세' 중에서>

 

 

 

 

보라색은 빨강도 아니고 파랑도 아니다. 빨강이기도 하고, 파랑이기도 하다. 보라색의 복잡한 성질은 성별을 초월하고, 남성적 매력과 여성적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내면의 사랑과 증오, 강함과 약함, 희망과 절망, 그러한 상반된 마음이 받아들여지도록 만드는 색이다.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세계를 포용하려는 정신의 색이다.

 

 

 

<들로네, 동시에 열린 창들, 1912>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스에나가 타미오, 마음을 치유하는 컬러테라피 색채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