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4. 14:22ㆍ심리
로뮤토피아는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산 정상에 올라 '야'라고 외쳐보았는가?
정상에서 외치는 소리는 잔잔하게 울려퍼진다. 이 울림이 메아리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에코는 메아리라는 말의 기원이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바람둥이였다. 신화의 거의 모든 이야기는 제우스의 바람기와 관련되어 있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당연히 화가 났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녀의 유명한 질투는 공감되고 납득된다. 헤라는 요정들과 놀러다니는 제우스를 잡으러 지상으로 내려온다.
에코는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끊임없이 조잘대곤 했다. 헤라는 에코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제우스의 주의를 분산시켜 확증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제우스는 에코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헤라의 시선을 분산시키라고 명령한다. 에코의 말솜씨에 정신이 팔린 헤라는 불륜현장을 잡지 못했다. 헤라는 엄청나게 화가 났고, 그 벌로 에코에게 저주를 내린다.
"너는 다른 사람보다 절대로 먼저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대신 대답은 할 수 있게 해주겠다. 하지만 대답 중에서도 상대가 한 말 중에 끝마디만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에코는 메아리처럼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좋아하던 말하기로 인해 끔찍한 형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던 즈음 자주 찾아가던 숲속에서 나르키소스를 만나게 된다.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녀는 나르키소스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지만 먼저 할 수가 없었다.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따라다니며 대답할 말을 준비하고 기다림을 계속했다.
"만약 내가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 줄기는 내려지겠지."
김소월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나르키소스가 동료들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소리쳤다.
"누구 있니?"
에코는 "여기 있어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있니?"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르키소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말했지만 에코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르키소스가 동료인 줄 알고 "함께 가자"라고 말했고, 그녀는 너무 기뻐서 나르키소스 앞에 나서 그를 껴안으려고 했다. 그러나 나르키소스는 너무 놀라 물러서며 놓으라고 말한다. 매정하게 그녀를 밀어내고 떠나버린 나르키소스를 바라보며 그녀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이제 숨어서 누군가가 외치는 말을 끝마디만 흉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녀는 슬픔에 잠겨 나날이 여위어갔고, 결국에는 바위로 변해버렸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목소리뿐이었다. 에코를 만나고 싶으면 높은 산에 올라가 큰 소리로 에코를 불러보자.
"더 많이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랑의 치료약은 없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나르키소스는 강의 신 케피소스와 요정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는 황홀한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때문에 많은 구애자들이 있었지만 자부심이 강한 그는 번번이 구애자들을 경멸하며 뿌리쳤다. 그는 구애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존재였다.
그에게 거절당한 한 요정은 나르키소스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달라고, 사랑의 감정을 거부당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깨닫게 해달라고 신에게 간청했다. 이런 간절한 기도를 들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나르키소스는 사냥을 하다가 한 샘물을 찾았다. 물 위에는 평생 처음 본 아름다운 존재가 있었다. 그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물의 요정이라고 착각했고 그 이미지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물 위에 비친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을만큼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그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수면만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끌어안으려 하니 금방 달아났고, 다시 몸을 일으키니 다시 나타나 그를 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나르키소스는 그때부터 그곳에서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은 채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그는 애타는 사랑을 고백하며 눈물도 흘렸다. 그러나 상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나르키소스는 점점 초췌해져 갔고 결국 그곳에서 굶어 죽었다. 그 자리에 시신은 남지 않았고,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그 꽃이 나르키소스(수선화)이다. 나르키소스의 꽃말은 자기사랑, 자존심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은 항상 따로 있다."
윌리엄 서머셋 모옴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나르시시즘은 자기애착과 자아도취를 의미하는 말이다. 에코와 나르키소스에 관한 신화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을 강제하는 유형이 나르키소스라면, 자신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만 복제하여 따라하는 유형이 에코이다. 왜곡된 의사소통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르키소스이고, 또 다른 에코이다.
"사랑을 하다가 사랑을 잃는 편이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
테니슨
로뮤토피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에코와 나르키소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최복현, 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임영호,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당신을 위하여
'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0) | 2020.07.19 |
---|---|
운명을 읽다, 별자리와 점성술 (0) | 2020.07.16 |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내일이 없는 삶 (0) | 2020.07.13 |
운명을 바꾸자, 요가와 심리학 (0) | 2020.07.12 |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비밀, 회복탄력성 (5) | 2020.07.09 |